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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횡무진 문화읽기] 심판 혼자 모를 뿐, 세상 사람은 다 아는…2010-07-05


    상상해보자.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가 점프를 뛰기 위해 높이 솟아오른다. 그들의 발에 신겨진 스케이트화의 날이 얼음판에서 완전히 떨어진 순간 그 속에 장착된 전자칩이 회전수와 총 회전 각도를 세기 시작한다. 360×3=1080도. 총 1080도에서 4분의 1이상이 모자라면 3회전 점프가 다운그레이드 된다. 이렇게 된다면 이들의 경기가 끝날 때마다 등장하는 회전수 부족의 시비는 좀 가라앉지 않을까.

 축구 역시 마찬가지. 전자칩이 새겨진 축구공이 라인을 벗어났을 때, 혹은 골대안의 골라인을 넘어갔을 때 주심과 경기장 밖 판독관의 모니터에 경고음이 울린다면. 오프사이드 판정을 플레이 후 0.5초 만에 비디오 판독기가 최종 수비수와 공격수의 위치를 일직선에 놓고 비교한다면. 초당 50프레임 이상의 화면을 잡아낼 수 있는 방송 중계화면이 비디오 판독관의 모니터에 동시에 잡혀 핸드볼과 파울을 가려내 1초 내에 주심의 이어폰에 결과가 전달이 된다면. 더 이상 '신의 손' 논쟁이나 할리우드 액션이 발을 못 붙이게 되지 않을까.

문화읽기 삽화 세계 최고의 스포츠 축제 2010남아공 월드컵의 최대 이슈는 심판의 오심이다. 우리나라 역시 아르헨티나전의 오프사이드 판정과 우루과이전의 모호한 판정으로 손해를 봤고 또 한편으로는 우리 선수의 핸드볼이 오심덕분에 그냥 넘어가기도 했다. FIFA는 심판의 자질을 높이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했다고 자부하지만 경기의 향방을 크게 좌우하는 심판들의 오심은 특히 이번 대회에서 두드러졌다. 오심이 이번 대회에서만 많았던 것은 아닐 것이다. 오심이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물론 전반적으로 빨라진 축구경기의 성격 변화에도 있겠지만 나날이 발전해나가는 방송 중계 시스템 덕분에 시청자들에게 더 잘 보이게 됐기 때문이다. 더 극단적인 클로즈업, 더 느리고 자세한 슬로모션, 화면에 금을 딱딱 그어가며 오프사이드를 대번에 보여주는 첨단 방송화면 때문에 심판의 오심은 '심판 혼자 모를 뿐 세상 사람은 다 아는' 이상한 비밀이 돼버렸다. 

 마음만 먹으면 어떤 기기가 발명되지 않겠나. 그러나 거만한 공룡 같은 FIFA는 기껏해야 심판의 수를 6명으로 늘리겠다는 개선책을 내놓을 뿐, 비디오 판독을 도입하자는 팬과 축구전문가들의 항의 섞인 제안에는 입을 다물고 있다. '심판이 모든 경기의 권한을 가지며 경기에서의 심판 결정이 최종 판단이다'라는 FIFA경기 규칙에 충실하고 심판의 권위를 존중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반대의 핵심이유인 듯 하다. 그러나 '호크 아이' 방식의 카메라를 도입해 정확한 라인터치 여부를 가리는 테니스나 비디오 판독을 부분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배구나 야구 역시 심판의 권위는 여전히 존중받고 있다. '축구는 다른 경기와는 달리 경기의 흐름이 끊어지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비디오 판독이 불가능하다'라는 주장 역시 근거가 약하다. 비디오 판독관이 화면을 보고 주심에게 알려줄 수 있는 시간은 불과 몇 초 사이에 가능하다. 선수들이 항의하느라 경기장에서 보내는 시간을 오히려 줄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가능한 기술이 있어 심판의 정확성을 높일 수 있는데도 그걸 도입하지 않겠다는 건 공정한 경기 운영과 페어플레이를 존중해주겠다는 스포츠 정신의 결여다. 눈속임이 가능해서 승리가 가능하다면 어느 선수나 그 유혹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런 플레이를 보는 팬들은 우롱당하는 기분이다. 심판과 스포츠의 권위와 정통성을 지키려면 가능한 정확한 판독을 위한 첨단기기의 도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이윤정 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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